제로웨이스트 자취일기

제로웨이스트 자취생의 장보기 루틴과 실천 팁

limcheese 2025. 6. 24. 22:57

제로웨이스트 자취생의 장보기 루틴

 

가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시작한 이유

 

 자취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내가 장보는 방식에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달 전부터였다. 매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느꼈던 불편함은 단순한 번거로움을 넘어서 죄책감으로 이어졌다. 음식 포장 플라스틱, 일회용 비닐봉지, 불필요한 스티로폼 박스까지. 일주일 식사를 해결하는 데 이토록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 채소 하나를 사더라도 비닐에 겹겹이 싸여 있는 모습을 보며, ‘이건 정말 필요한 포장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생활 속에서 조금씩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실천해 보기로 결심했다. 대단한 운동을 하자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버리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하나씩 늘려가 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나만의 루틴이 생기고, 오히려 식비를 절약하게 되는 결과도 얻었다. 이 글은 한 명의 평범한 자취생이 직접 실천해 온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노하우를 솔직하게 정리한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위한 준비물과 장소 선택

 

 내가 처음으로 바꾼 건 장바구니와 식품 용기였다. 예전에는 에코백 하나쯤은 챙겼지만, 실제로 장을 보면 크기나 구조가 애매해서 결국 비닐에 담게 되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목적에 따라 3가지 장바구니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1) 시장용 큰 장바구니 – 주말 장보기용으로, 손잡이가 튼튼하고 바닥이 평평한 천 재질을 사용한다.
2) 다회용 메시백 – 양파, 감자, 대파 등 낱개 채소를 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3) 밀폐용기 3~4개 – 두부, 정육, 수산물 등 액체가 포함된 식재료를 담기 위해 사용한다. 

장보는 장소도 기존의 대형마트 중심에서 재래시장, 직거래 장터 등으로 바꾸려고 노력중이다. 대형마트는 포장률이 높고 자체 브랜드 제품들이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반면 시장에서는 개별 포장이 없는 생식품을 고를 수 있고, 용기나 봉지를 거절해도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용기를 내밀면 "요즘 이런 사람 많아졌어, 보기 좋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특히 두부는 국물까지 담아가려면 튼튼한 밀폐용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경험으로 터득하게 됐다.

 

장보는 순서와 나만의 쓰레기 줄이는 요령

나의 장보기는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자! 로  진행된다. 주중에 남는 식재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말에 냉장고를 미리 점검하고 남은 재료를 기준으로 새로운 식단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가 남아 있다면 그 주에는 된장국이 아닌 파스타나 볶음요리로 식단 방향을 바꾸는 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동시에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해졌다.

 

 구매 순서도 중요하다. 나는 가벼운 채소 → 과일 → 단단한 채소 → 두부/고기 순으로 장을 본다. 이렇게 하면 아래에 깔리는 채소가 손상되지 않고, 용기에 담아야 할 식재료는 마지막에 구입해서 신속히 집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정육이나 생선은 구매 직후 바로 냉장보관이 필요하므로 시간을 계산해 이동 동선을 짜야 한다. 나름 치밀하다. 

 또한 플라스틱 포장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대체품을 선택하거나 아예 구매를 피한다. 대표적인 예가 낱개 포장된 유자청, 컵에 담긴 견과류 제품이다. 이런 경우 나는 유리병에 직접 담긴 제품이나 벌크 판매 매장에서 필요한 만큼 덜어 담는 방식을 선호한다. 처음엔 조금 불편했지만 지금은 이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후 달라진 나의 소비 패턴과 환경 인식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실천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소비 기준’이다. 예전에는 저렴하거나 익숙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물건을 골랐다면, 지금은 그 물건이 내 생활에 어떤 쓰레기를 남길지를 먼저 생각한다. 포장이 지나치면 대체재가 있는지 먼저 찾아보고, 쓰레기를 남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점검한다.

 그 결과, 한 달 평균 쓰레기 배출은 반 이상 줄었고, 특히 플라스틱류 쓰레기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식비도 월 3만 원 이상 아껴졌다. 환경 보호라는 대의만으로는 쉽게 실천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생활비 절감이라는 현실적인 이점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제로웨이스트는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도’라는 것이다. 때로는 비닐에 담긴 물건을 어쩔 수 없이 사기도 하고, 포장 없는 물건을 찾지 못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하나씩 바꾸려는 태도다. 내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준비한 장바구니, 내가 고른 포장 없는 채소, 내가 덜어 담은 견과류 한 줌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작은 움직임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오늘 장을 볼 때 한 번쯤 비닐봉지를 쓸지 말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작은 선택 하나가 매주 쌓이면, 그건 분명 큰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로웨이스트 자취, 어렵지 않다. 단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덜 버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핵심은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오래 쓰자'는 평범한 원칙이다. 내가 매번 장을 볼 때 장바구니를 챙기고, 용기를 꺼내 들고, 포장 없는 제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일이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반복되면서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완전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한 번, 한 품목이라도 바꿔보는 시도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선택이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 덜 버리는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당신도 그 여정에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