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를 통해 돌아보는 자취형 제로웨이스트의 현실
혼자 사는 사람도 제로웨이스트를 할 수 있을까?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이 아니다. 그건 곧 소비를 다시 설계하고, 생활을 재구성하는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자취생에게 이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공간이 좁고, 시간이 부족하며, 생활비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자취생들은 각자의 조건 속에서 나 혼자라도 가능한 방식을 찾아 쓰레기 없는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글은 실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 중인 해외 자취생들의 루틴을 살펴보고, 그중에서도 자취 초보가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장점과 현실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단점, 예를 들어 한계, 비용, 시간 등을 함께 분석해보려고 한다. 또한 한국 자취생의 입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제도나 구조 부분까지 정리해보겠다.
스웨덴 자취생: 지역 사회가 실천을 일상화시키는 구조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운영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자취형 생활 패턴에 맞춘 자원 순환 시스템이 도시 전체에 설계돼 있다. 대표적인 예는 스톡홀름 내 “주거단지 내 분리·회수 허브”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는 공용 쓰레기장을 넘어 고철, 유리병, 의류, 가구,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등을 세분화해서 버릴 수 있는 공공 회수 시설이 마련돼 있다. 게다가 많은 건물에 음식물 쓰레기 진공 처리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개인 쓰레기통 없이 배출 자체가 가능하다. 또한, 대학가나 도심 지역에는 무료 수선소, 세컨드핸드 숍, 툴 라이브러리, 공공 리필 스테이션이 함께 운영된다. 실제로 많은 스웨덴 자취생들은 물건을 사기보다 빌리거나 수리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장점
- 시스템 자체가 잘 갖춰져 있어, 혼자서도 실천이 어렵지 않음
- 정부 주도 프로그램보다는 커뮤니티 기반 실천 문화가 강함
단점 (한국 자취생 관점)
- 한국에는 아직 건물 단위 공공 회수소가 극히 드물고,
- 무료 수선소나 공용 자원 도서관도 민간 중심에 머무름
→ 따라서 “실천 의지는 있어도 구조가 없다”는 상황이 반복됨
프랑스 자취생: 제로웨이스트가 소비 기준으로 작동하는 시장 구조
프랑스 파리나 리옹 같은 도시는 제로웨이스트가 트렌드나 운동이 아니라 시장 구조에 반영된 대표 사례다. 특히 자취생이 자주 찾는 마트나 편의점, 약국, 생활잡화점 등에서는 고체 치약, 리필 세제, 무포장 과일, 천랩 포장 식품 등을 기본 제품군으로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자취생들은 환경을 위해 일부러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고른다기보단, 시장에 그렇게 파니까 그냥 그렇게 산다고 말할 정도다. 또한 대부분의 주거지역에는 지역 공동 장터, 무포장 상점, 도시농장 판매소가 함께 있어 신선 식재료를 비닐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유통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지역 공동 장터, 무포장 상점, 도시농장 판매소가 함께 있어, 신선 식재료를 비닐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유통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장점
- 소비 자체가 이미 제로웨이스트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
별도로 실천하지 않아도 쓰레기를 줄이게 되는 구조 - 1인분 단위 포장도 많아 자취생의 식생활과 궁합이 잘 맞음
단점 (한국 자취생 관점)
- 국내 마트나 편의점은 여전히 1+1, 대용량, 과포장 중심
- 소비자 요청 없이 무포장 제품을 구비한 가게는 드묾
→ 결국 실천은 소비자의 의지와 추가 비용 부담에 맡겨지는 구조임
미국 자취생: 제로웨이스트 DIY와 공유 시스템의 장점과 한계
미국은 도시별 편차가 크지만, 샌프란시스코나 포틀랜드 같은 환경 중심 도시에서는 개인이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거나, 공유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자취생은 비누, 세제, 방향제를 직접 제조해 사용하는 DIY 루틴, 지역 도서관에서 주방도구·수공구를 빌리는 생활, 중고 생활용품을 나눔의 집에서 교환 같은 생활을 통해 쓰레기를 줄인다. 이런 방식은 자취방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도, 필요한 물건을 짧게 쓰고, 다시 돌려보낼 수 있어 쓰레기 자체가 적게 발생한다.
장점
- DIY 제품은 저렴하고 쓰레기가 거의 없음
- 공유 시스템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줌
단점 (한국 자취생 관점)
- 한국은 DIY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에서 물건을 빌리는 문화도 자리잡지 않음
→ 공유 기반 실천이 대체재가 없다는 이유로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많음
한국 자취생이 참고할 수 있는 실천 포인트는?
지금까지 살펴본 국가들의 자취생 제로웨이스트 루틴은 모두 구조, 문화, 정책, 시장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쓰레기를 줄이는 게 개인의 실천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유도하는 생활 구조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반면 한국 자취생은 여전히 리필을 하려면 시간을 따로 내야 하고 다회용기를 쓰려면 비용을 더 내야 하고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쓰려면 별도 정보를 찾아야 하는 구조 안에 있다. 즉,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소비자만 고생하는 구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은 있다. 예를 들어 냉장고 중심이 아닌 선반 위 식재료 보관, 물건을 사는 대신 빌리거나 중고 거래, 다회용 수세미, 행주, 텀블러부터 시작, DIY 세제나 고체치약 만들기, 제로웨이스트 지도 앱 활용 작게 시작해보면 어렵지 않게 계속할 수 있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구조가 바뀌지 않더라도, 나만의 제로웨이스트 루틴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해외 자취생들의 실천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