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자취일기

자취생이 직접 찾아본 제로웨이스트 교육 프로그램 분석

limcheese 2025. 7. 8. 12:15

자취생이 찾아본 제로웨이스트 교육 프로그램

자취생활 속에서 마주한 쓰레기 문제, 해답은 제로웨이스트 교육

 그동안 나는 자취생의 시선으로 세계 각국의 제로웨이스트 제도와 인프라, 그리고 법제화 현황에 대한 글을 써왔다. 도시 차원의 다회용기 회수 시스템, 리필숍 정책, 생산자 책임법 등 다양한 구조들을 조사하면서 정말 감탄한 적도 많았고, “왜 한국은 아직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런 감각을 배운 걸까?” 즉,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이 사회 구조나 정책으로 자리 잡기까지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실천하고, 전달받아 왔는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특히 자취를 하며 혼자 환경 실천을 시도할수록 “이걸 누가 좀 알려줬더라면 더 일찍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SNS나 유튜브 영상으로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게 되고, 어떤 건 실천해도 잘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SNS에서 초등학생들이 제로웨이스트 체험 학습을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직접 손수건을 만들어 쓰거나, 장바구니 들고 무포장 가게에 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제로웨이스트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성인, 지역 실천가 과정까지 다양한 연령과 목적에 맞춘 제로웨이스트 교육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이 교육들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무엇을 전달하며, 자취생인 내가 지금이라도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자.

 

 

 

초·중등 교육에서 시작되는 체험형 제로웨이스트 학습

 국내 초·중등 교육에서 제로웨이스트 개념은 아직 정규 교과서에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다양한 체험형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교육부와 환경부, 각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이 협력해 방과후 수업, 자유학기제 연계 프로그램, 주말 환경학교 등의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환경부 ‘찾아가는 환경교육’ 사업
    전문 강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1~2시간 내외의 체험형 수업 진행
    예: 플라스틱 생애주기 설명 + 다회용 용기 꾸미기 + 분리배출 게임 등
  • 서울시 ‘초록학교’ 프로젝트
    참여 학교에 소형 리필존, 다회용기 대여소 설치 + 무포장 급식 시범 운영
    학생들이 스스로 제로웨이스트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며 생활기록과 연계
  • 성북구 ‘에코프렌즈 클래스’
    종이팩과 우유팩 구분 체험 / 직접 만든 손수건 사용 캠페인 / 업사이클 공예 활동
    방학 기간 중 3일~5일 집중 수업으로 운영

 운영 방식은 대부분 1회 방문형 또는 단기 집중 과정형이며, 담당 교사가 사전 신청 후 외부 강사나 기관과 연계해 수업을 구성하는 형태가 많다. 교재와 활동 키트는 무상으로 제공되며,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손수건, 장바구니, 재사용 텀블러 등 실생활 용품을 수업 이후에도 사용한다. 중학생 대상 수업에서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탐구 보고서 쓰기, 학교 매점 과포장 제품 조사 프로젝트, 제로웨이스트 브랜딩 캠페인 기획 등 비교적 문제 해결형 과제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런 체험 중심 수업은 어릴 때부터 환경 보호를 멀게 느끼지 않도록 돕고, 학생들에게 실천을 습관처럼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다회용기와 리필 개념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지금처럼 늦게 환경을 배우기 시작한 자취생 세대에겐 깊은 인상을 주는 변화다.

 

 

 

대학생과 청년층 대상의 비교과형 제로웨이스트 교육

 대학생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주로 학교 밖 활동이나 비교과 프로그램, 청년 정책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정 과목의 커리큘럼에 정식으로 포함되진 않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캠프, 공모전, 서포터즈 활동, 리빙랩 프로젝트 등 경험 중심, 실습 중심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운영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서울시 청년환경서포터즈:
    약 4개월간 운영되는 활동
    리필 제품 소비 체험, 환경 홍보 콘텐츠 제작, 정책 제안서 제출이 포함됨
    수료자에게는 청년환경리더 인증서 발급, 시민 발표회 참여 기회 제공
  • 대학생 대상 제로웨이스트 캠프 (예: 청년기후행동 주관)
    1박 2일~3일간 합숙형 캠프 운영
    캠프 전 사전 학습 자료 수령 → 현장에서는 직접 분리배출, 로컬숍 리서치, 다회용기 실험 진행
    이후 제로웨이스트 실천 아이디어 팀별 발표 + 후속 프로젝트 연계
  • 대학 내 비교과 ESD(지속가능발전교육) 과정:
    강의 + 지역사회 연계형 실천 과제로 구성
    학생들은 지역 상점의 포장 실태를 조사하고, 친환경 매장 인증 시스템 설계안 작성,  일부는 실험적으로 도입되기도 함

 이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고 공유하는 과정 중심의 교육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생 팀은 학교 주변 편의점 과포장 제품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로포장 인증 도장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비자가 제품 포장을 줄이면 학교 포인트가 쌓이는 구조로 발전시켜, 실제 해당 학교 총학생회와 협의까지 이어졌다. 자취생 입장에서 이 구조가 특히 와닿았던 이유는, 비슷한 생활 반경과 소비 습관을 지닌 청년들끼리 자기 루틴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공동 개발해 나간다는 점 때문이다. 캠페인을 주도하는 입장에선 실천이 의무가 아닌 창의적 기획과 생활의 주체성으로 전환되는 경험이 된다.

 

 

 

성인 대상 제로웨이스트 교육, 직업과 지역활동으로 확장

 성인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최근 단순한 실천 지식 전파에서 지역사회 활동과 직업교육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환경교육 전문기관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은 교육 수료 이후 실무 활동이나 지역참여로 연결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운영 방식은 다양하지만 다음과 같은 유형이 대표적이다:

강사 양성과정

  • 환경부 인증 교육기관에서 개설.
  • 20~40시간 과정으로 구성되며
    → 제로웨이스트의 이론(순환경제, 자원순환법, 생애주기 분석 등)
    → 실습(분리배출 교육법, 리필 워크숍 운영법)
    → 시연평가(모의 강의) 포함.
  • 수료 후 지자체나 학교, 주민센터 등에서 환경강사로 활동 가능.

마을 활동가/설명가 양성

  • 예: 서울 성동구, 제주 서귀포시 등.
  • 동네 내 분리배출 안내판 기획,
    아파트 분리수거 모니터링,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 설명회 운영 등.
  • 수료자 중 일부는 지역 환경센터에서 강의 보조나 모니터링 알바로 연계되기도 함.

창업지원 연계형 교육

  • 무포장 가게 창업 / 다회용기 대여소 운영 / 친환경 식자재 유통 관련 과정
  • 커리큘럼에는 제품소싱, 용기 위생관리,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이 포함됨
  • 일부 수강생은 리필상점 공동 창업이나 사회적협동조합 참여로 이어짐

 이 과정들은 실천 그 자체보다는 실천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능력 또는 제로웨이스트 구조를 사회에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자취생 입장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교육이 전공, 연령,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심지어 1인 가구가 자신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쓰레기 줄이기 워크숍을 열 수 있는 가능성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소비자 위치에서 벗어나, 생활 환경을 바꾸는 주체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로웨이스트 교육의 학습자이자 설계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자취생인 나에게 교육은 실천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도였다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나 하나의 소비가 얼마나 많은 자원을 쓰고, 버리게 되는지를 체감한 순간, 나는 실천의 방법이 아니라 방향을 찾고 싶어졌다. 그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 바로 제로웨이스트 교육이다. 처음엔 “환경 교육은 어린이들이 받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직접 사례들을 찾아보며 느낀 건 이 교육은 삶의 루틴을 새롭게 정리하고, 소비를 더 주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도구라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완벽하진 않다. 텀블러를 들고 나가는 날도, 잊고 나오는 날도 있다. 하지만 다회용기를 세척하고,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꺼낼 수 있는 건 이제 내 생활 속에 그런 선택지가 있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자취생이기에 모든 걸 다 바꾸긴 어렵지만, 하루 한 번, 한 물건, 한 번의 선택에서라도 내가 왜 이걸 쓰는지, 이게 어떤 구조 안에 있는지를 이해하며 살 수 있다면, 그건 이미 교육이 남긴 가장 큰 변화 아닐까. 이제는 교육을 받는 입장뿐 아니라,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혼자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배워가고, 함께 바꿔나가는 구조 속에서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