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이 알아야 할 제로웨이스트 제품의 재활용 실효성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재사용 가능한 소재’ 과연 실질적인가?
이전 글에서 나는 제로웨이스트 자취생활에 필요한 재사용 소재별 장단점을 중심으로 실생활 적용 팁과 사용 시 유의점 등을 다룬 적이 있다. 그때 유리, 실리콘, 스테인리스, 면, 종이 등 다양한 소재가 재사용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로웨이스트 실천 제품으로 권장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었다. 하지만 그 글을 마치고 나서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이런 재사용 제품들이 수명이 다했을 때, 과연 실제로 재활용되고 있는 걸까?” 즉, 이 소재들이 환경에 좋다는 전제를 믿고 사용하고 있지만 현실의 분리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 안에서는 실제로 회수되어 순환 자원으로 재사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유리, 종이, 플라스틱, 금속, 복합재질 등 제로웨이스트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실제 수거되는 비율, 재활용률, 시스템 내 분리·선별 구조, 그리고 자취생이 현실에서 어떤 점을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를 함께 살펴보려 한다. 표면적인 재활용 가능이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재활용되는가, 즉 재활용 실효성(Recovery Efficiency)을 따져보는 시도다.
제로웨이스트 인 줄 알았던 소재들의 불편한 진실
우리는 보통 제품에 재활용 가능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으면 그 물건이 반드시 순환 구조로 다시 사용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그 이유는 크게 수거 체계의 미비, 분리배출 구조의 오류, 소재 구조의 문제 때문이다. 아래는 소재별 대표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실제로 얼마나 회수·재활용되는지를 데이터 기반으로 정리한 분석이다.
유리 (예: 유리병, 유리 밀폐용기)
- 표면상 재활용이 매우 용이한 소재로 인식되지만 국내 유리병 전체 회수율은 약 60% 수준, 이 중 실질적으로 재활용 공정에 투입되는 비율은 약 40~45% 깨진 유리, 착색 유리, 강화유리 등은 분리 공정에서 폐기되거나 매립되는 경우가 많음.
- 이유: 무게가 무겁고 수송비용이 높으며, 선별 공정에서 자동화가 어려운 특성 → 자취생이 유리용기를 장기간 재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버릴 땐 반드시 투명/색깔별로 구분하고 강화유리 여부를 확인해야 실제 재활용 확률이 높아진다.
종이 (예: 포장 종이, 테이크아웃 컵, 택배 박스)
- 일반 A4용지나 박스는 재활용률이 80% 이상으로 높은 편 하지만 코팅 종이, 영수증, 테이크아웃 종이컵은 플라스틱 혹은 왁스 코팅 처리로 인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
- 종이컵의 실제 재활용률은 국내 기준 약 5% 미만 → 특히 종이컵은 겉은 종이처럼 보여도 내부 코팅 제거가 어려워 대부분 소각됨
플라스틱 (예: 다회용기, 포장용기, 생수병)
- 플라스틱 전체 수거율은 높지만 국내 플라스틱의 실제 재활용률은 약 34% 수준 (환경부 2023)
- 이유: 다양한 플라스틱 종류(PET, PP, PS, PE 등) 간 혼합 문제, 음식물 오염, 유색 재질, 복합소재 등으로 재질 분류가 어렵기 때문에 특히 고체치약 용기, 보습제 펌핑병 등은 내부 스프링이나 복합 구조로 인해 재활용 거의 불가
금속 (예: 스테인리스 빨대, 알루미늄 캔)
- 금속은 고부가가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
- 알루미늄 캔: 약 75% 이상 회수, 65% 이상 재활용
- 스테인리스 제품: 깨진 경우 회수 어렵고, 소형 생활용품(빨대 등)은 자동선별 설비에 걸리지 않음
→ 다회용 빨대처럼 작고 복잡한 금속 제품은 실질적으로 회수되기 어려움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재활용 가능이라고 분류되더라도 실제 시스템 안에서 순환되는 비율은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자취생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보다, 어떻게 수거되고 처리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함정 : 자취생이 조심해야 할 복합재질과 그린워싱 포장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나 친환경을 표방하는 제품 중 일부는 겉보기에 친환경인 듯 보여도 실제로는 재활용 불가능한 복합재질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바로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구조 중 하나이며, 실천하는 소비자에게 가장 큰 혼란을 주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생분해 비닐(PBAT, PLA)
- 생분해성으로 마케팅되지만,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없는 한국에서는 분해되지 않음
- 일반 쓰레기로 배출 시 매립 또는 소각 → 자취생이 생분해 비닐을 구입할 경우, 분해 조건(온도, 습도, 기간, 시설 유무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중 포장된 종이 제품
- 종이포장 위에 플라스틱 라미네이팅 처리
- 혹은 종이와 알루미늄 혼합 구조 (예: 테이크아웃 용기, 생선포장) → 이 경우 분리배출 불가능, 재활용 불가
에코 패키징 스티커
- ‘ECO’, ‘Recyclable’ 등 단어만 표기하고 실제 인증 없는 포장 → 소비자가 스스로 재질 확인 불가능한 경우가 많음
이처럼 디자인과 단어로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포장 구조는 실제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취생 입장에서 중요한 건 제품 구매 시 단지 종이처럼 보이는지가 아니라, 분리배출 가능한 구조인지, 재질 표기가 명확한지, 그 재질이 우리 지역에서 실제 회수·재활용되는지까지 확인하는 태도다.
자취생의 제로웨이스트 루틴이 바꾸는 재활용의 실제 구조
이제 우리는 자취생활 속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고민할 때, 단순히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제품이 끝에 가서 어떤 경로로 사라질지를 상상하는 감각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 유리병은 깨지지 않도록 오래 사용하고, 폐기할 땐 색상 분리
- 플라스틱은 반드시 라벨 제거, 음식물 잔여물 제거 후 건조
- 종이는 코팅 여부 확인, 비닐/테이프 제거 후 배출
- 제품 구매 시엔 단일재질, 라벨 분리 용이 제품 우선 선택
또한 실제 우리 지역의 재활용 인프라 수준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어떤 동네는 종이팩을 따로 수거하고, 어떤 곳은 생분해 비닐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즉, 재활용은 중앙의 기준뿐 아니라 현장 기반 실천에 의해 완성되는 구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취생인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에서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를 상상할 기회가 많다. 그 상상력은, 좋은 소비자가 아니라 현실에 맞는 실천을 하는 소비자가 되는 길이다.
📌 참고자료
- 환경부 ‘재활용 가능자원 분리배출 기준 해설서’ (2023)
- 한국환경공단 ‘소재별 회수 및 재활용 실태 조사보고서’
- 서울시 자원순환센터 2022년 재질별 회수율 분석
- EU Circular Economy Action Plan 자료
- 미국 EPA Recycling Facts & Figure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