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자취일기

자취생이 주목할 미국 제로웨이스트 사례

limcheese 2025. 7. 18. 12:40

미국의 제로웨이스트 사례

자취생 관점에서 본 미국 제로웨이스트 정책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일괄된 제로웨이스트 정책보다는 주 정부 및 시 단위, 민간 주도의 실천 구조가 강하게 자리 잡은 나라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오스틴 같은 도시들은 다른 미국 내 도시보다 앞서서 제로웨이스트 기반의 법과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도입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2009년 미국 최초로 “Zero Waste by 2020”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폐기물의 100% 자원화를 목표로 삼았다. 이 도시는 쓰레기 분리배출을 넘어, 음식물 쓰레기 의무 수거(Composting Mandate) 제도를 시행해 모든 가정, 상업공간, 식당에 음식물 전용 수거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조례화했으며, 기업 대상의 재사용 인프라를 구축해 기업도 직접 감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2022년부터 EPA(미국 환경보호청) 주도로 국가 재활용 전략을 발표하고 있으며 폐기물 감축, 자원순환, 인프라 투자를 연계한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주마다 제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를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지역은 대부분 정치적 의지와 지역 커뮤니티가 강력한 곳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제로웨이스트 자취생활을 위한 도시 포틀랜드의 유기 순환 사례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는 제로웨이스트 도시 모델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이 도시는 쓰레기 감축 정책을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지역경제, 일자리, 문화와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Portland ReUse Initiative’이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 곳곳에 위치한 재사용센터, 커뮤니티 세척소, 퇴비화 기지를 연계하고, 재사용 가능 자원을 선별해 복지 단체나 지역 학교, 사회적 기업 등에 순환시키는 구조다. 예를 들어, 지역 병원에서 사용되던 의료용 스테인리스 트레이가 청소 후 노숙인 쉼터 식기류로 재활용되는 시스템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또한 포틀랜드는 친환경 매장 인증제(Green Business Certification)를 통해 폐기물 줄이기, 물 절약, 탄소 감축 실천이 일정 기준을 넘은 매장에 세금 혜택과 시 지원을 제공한다. 이 덕분에 제로웨이스트 카페, 리필숍, 중고매장 등이 확산됐고 소비자도 지역 내에서 무포장 소비가 가능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도시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행정 중심이 아닌 시민 중심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진행되는 재사용 캠페인은 모두 시민의 참여와 교육을 중심으로 설계되며 그 결과 포틀랜드는 미국 내에서 폐기물 재활용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취생을 위한 민간 제로웨이스트 솔루션

 미국에서는 제로웨이스트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관련 스타트업과 소셜벤처들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규제를 따르기보다는 소비자 수요와 브랜드 가치 중심으로 운영되며 대표적으로 리필 배송 플랫폼, 재사용 포장 스타트업, 대체소재 개발 기업 등이 있다. 예를 들어, Loop는 대표적인 다회용 포장 기반의 유통 플랫폼이다. 일반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세제, 식품, 화장품 등을 주문하면 스테인리스 또는 유리 포장에 담겨 배송되고 소비 후엔 회수되어 다시 세척·재충전된다. 참여 브랜드는 P&G, 네슬레, 유니레버, 코카콜라 등 대형기업까지 확대되었으며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영 후 유럽까지 확장된 글로벌 모델로 자리잡았다. 또한 By Humankind는 고체형 세안제, 리필용 구강청결제 등 제로웨이스트 개인위생 제품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로 배송부터 보관까지 전 과정에 친환경 포장을 적용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젊은 1인 가구 타깃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가 제로웨이스트를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UX와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로웨이스트 시장은 투자자들의 ESG 관심과 연결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취생, 1인 가구, 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타깃 전략이 강화되고 있어 제로웨이스트가 단순히 윤리적 선택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자취생에게 말해주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핵심

 미국의 제로웨이스트 사례가 시사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환경을 위한 행동이,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가능한 구조 안에서 선택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특히 자취생처럼 시간, 공간, 예산, 정보가 제한된 사람일수록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 쉬운 선택이 가능할 때 실천은 비로소 지속된다. 미국이 흥미로운 지점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윤리나 캠페인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제도, 시스템, 커뮤니티 구조를 통해 일상 속 기본값으로 만드는 전략을 취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일부 주는 리사이클링 가능 제품만 유통 허용, 혹은 비용이 적게 드는 리사이클 전용 패키징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개인이 고민하지 않아도 친환경 소비가 가능하도록 시장 구조를 바꿨다. 자취생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무포장 매장을 검색하고, 멀리 찾아가고, 비용을 감수하고 등의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미국 일부 지역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기본 유통 구조에서 이미 친환경 제품을 먼저 접하게 만든다. 즉, 행동보다 먼저 시스템이 먼저 설계되는 방식이다. 또한 미국의 여러 커뮤니티 기반 사례들은 행정과 주민 사이의 협력이 아닌, 생활단위의 협업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공동주택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줄이기 가이드를 제작해 건물마다 배포하거나 아파트 입주자협회 차원에서 텀블러 공유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구조는 자취생에게 혼자 하는 환경 실천이 아닌 소속된 공간에서 가능한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결국 미국의 제로웨이스트 사례가 한국 자취생에게 주는 핵심 메시지는 단 하나다. 나 혼자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있을 때, 환경 실천은 지속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보다도 행동을 도와줄 수 있는 선택지의 구조화 즉 제도·인프라·문화가 맞물린 실천 생태계다. 한국의 자취생이 제로웨이스트를 계속 이어가려면 바로 이 구조를 고민하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