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자취일기

자취생이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쓰레기 배출량은 정말 줄었을까?

limcheese 2025. 7. 9. 20:28

 

자취생이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쓰레기 배출량

자취생의 제로웨이스트, 숫자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고 나서 자취생인 내가 가장 먼저 바뀐 건 나의 일상 속 쓰레기를 의식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배달을 시켜 먹고 난 뒤 남은 일회용기, 장을 보고 온 뒤 생기는 과포장 비닐, 한 달에 한 번 나가는 플라스틱 분리수거량. 혼자 사는데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조금씩 바꿔보기로 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종이 키친타월 대신 천행주, 배달 대신 장을 봐서 집밥을 만들기. 분명히 뭔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실제로 얼마나 쓰레기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까?" 그래서 이 글에서는 자취생의 일상 실천을 포함한 제로웨이스트 활동이 실제로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 쓰레기 감량 효과를 냈는지, 그리고 개인이 아닌 지역·도시 단위에서 실천이 어떤 구조적 영향을 주는지를 공식 통계와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려 한다. 단순한 느낌이나 소감이 아닌, 숫자와 데이터를 통해 실천의 효과를 직접 확인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국내 쓰레기 배출 현황과 제로웨이스트 실천 사례 수치 비교

 

 먼저 한국 전체의 쓰레기 배출량을 보자.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약 1.02kg, 그중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계 폐기물 비중은 약 46%에 달한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1인당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된 제로웨이스트 실천 프로그램에선 유의미한 감량 결과가 확인되었다.

 

서울시 성동구 제로웨이스트 아파트 시범사업(2022)

  • 총 4개월간, 아파트 단지 내 리필스테이션 및 다회용기 대여소 운영
  • 참여 가구 약 100세대 중 자발적 실천자 58명 기준
  • 분리배출 폐플라스틱 1인당 주 410g → 238g으로 42% 감량
  • 음식물 쓰레기 28% 감소
  • 비닐봉지 사용 빈도는 월 18회 → 4회로 감소

광주시청 자원순환실천단 활동 결과(2021)

  • 참여 시민 300명 대상 쓰레기 실태 일지 기록 후, 실천 가이드 제공
  • 종이류와 플라스틱 합산 폐기물량 35% 감량, 특히 일회용컵 사용은 평균 주 4회 → 1회 이하로 감소

 

 이처럼 실천 프로그램이 시스템이나 교육과 연결되었을 때, 단기간 내에 실제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실천이 자발적·개별적으로만 머무를 경우 지속성과 전체 배출량 감축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드러난다. 일상에서 실천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취생처럼 생활 구조가 단순한 1인 가구가 접근 가능한 정보와 실천 구조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제로웨이스트 사례 : 도시 단위 실천이 구조를 바꾼 경우들

 

해외에서는 제로웨이스트를 개인 캠페인 수준이 아닌, 도시 단위 정책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보다 강력한 쓰레기 감축 효과를 만들어낸 사례들이 있다.

 

미국 샌프라시스코 

샌프란시스코시는 2009년 ‘Zero Waste 2020’ 정책을 선언하고 의무 분리배출, 음식물 퇴비화, 재사용 물품 정책을 도입했다.

  • 2010년 대비 2019년 기준 매립 쓰레기 57% 감량
  •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퇴비화 참여 가정 기준 연간 약 120kg 감량
  • 커피숍의 경우, 재사용 컵 사용률이 4년 만에 9% → 41% 상승

일본 가미카쓰정 (제로웨이스트 타운)

인구 약 1,500명의 이 작은 마을은 45가지 분리배출 항목과 주민 참여 시스템을 도입해 90% 이상 재활용률을 달성하고 있다.

  • 주민 1인당 연간 폐기물 배출량 약 280kg → 50kg 수준으로 감소
  • 쓰레기 소각장이 없는 대신, 재사용 창고와 물품 교환 프로그램 운영

프랑스 낭트시

‘제로웨이스트 시티’ 프로젝트와 함께 지역 학교, 마트, 아파트에 공동 리필존 및 다회용기 회수소 설치. 시 전역의 생활폐기물 배출량 3년간 18% 감량, 특히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일회용품 배출량이 42% 감소. 이러한 사례들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도시 차원에서 제도·인프라와 맞물릴 때, 개인 실천이 구조적인 쓰레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항상 소수의 개인이 먼저 감량을 실천해보고, 그 효과가 축적된 후 제도와 정책이 따라온다는 흐름으로 나타난다.

 

 

실천의 영향력: 자취생 한 명이 바꿀 수 있는 수치

 

 그렇다면 자취생 한 명의 실천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까?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자료를 기반으로,
자취생 1인이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쓰레기량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 약 320개
  •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약 26kg
  • 음식물 쓰레기: 약 58kg
  • 과대포장 쇼핑백 및 비닐류: 약 18kg

이 중에서 다음과 같은 실천을 했을 때 예상 감량 효과는 다음과 같다.

 

실천 항목예상 감량 효과
텀블러 사용 (주 4회) 연간 208개 컵 감축 → 약 6kg 플라스틱 절감
천 장바구니 사용 (주 2회) 연간 104장 비닐 절감 → 약 2.5kg 플라스틱 절감
고체치약·리필세제 사용 연간 튜브 및 용기 30개 절감 → 약 4.8kg 절감
배달 자제 및 자취 요리 주 3회 일회용기 폐기물 약 7kg 절감
 

 

합산하면, 자취생 한 명이 1년 동안 실천으로 줄일 수 있는 폐기물은 약 20kg 이상 즉, 1인 가구가 전국적으로 100만 명만 이 실천을 지속하면, 연간 약 20,000톤의 생활 쓰레기 감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숫자는 말해준다: 자취생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작지 않다’

 

 우리는 종종 “내가 하나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쓰레기 감량 수치를 살펴보면, 자취생 한 명의 루틴 변화만으로도 연간 수십 킬로그램의 폐기물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실천이 여러 명에게 이어졌을 때, 그건 단순한 쓰레기 감축을 넘어 시민 인식 변화, 정책 시범사업 유도, 지역 커뮤니티 행동 확산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실천이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들은 자취생도 이 구조의 일부가 될 수 있고, 어느새 구조를 바꾸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텀블러 한 번, 장바구니 한 번, 플라스틱 대체 하나씩에서 시작된다.
그 시작을 하는 우리가 많아질수록 더 큰 구조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