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물류를 주목하는 이유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나는 텀블러를 쓰고, 장바구니를 들지만 왜 택배 상자는 계속 쌓일까?” 배달 음식, 정기구독,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 특히 자취생처럼 생활 반경이 좁고 구매 채널이 디지털 중심인 경우 생활 쓰레기의 상당량이 배송 포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환경공단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쓰레기 중 약 23%가 포장재 폐기물이며, 그중 상당수가 온라인 유통을 통해 들어온 택배 박스, 완충재, 아이스팩, 스티로폼 용기 등이다. 이런 현실에서 제로웨이스트를 논할 때,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통·배송·반품까지 포괄하는 물류 전체 과정에서의 제로웨이스트 실천, 즉 ‘순환 포장 시스템(Circular Packaging System)’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포장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사용된 포장재를 다시 회수해, 세척·보수 후 재사용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에서 시도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물류 시스템의 실제 구조와 진화 흐름, 그리고 이 변화가 자취생과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체감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택배 하나가 사라질 때까지 어떤 과정이 더해져야 하는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제로웨이스트 순환 포장 시스템의 구조
순환 포장 시스템은 일반적인 포장 유통 구조와는 다르게, 반드시 회수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즉, “포장을 한번 쓰고 끝내지 않는다”는 구조를 중심으로, 배송 → 사용 → 회수 → 세척·검수 → 재배송 단계를 반복하는 모델이다.구조는 크게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전용 다회용 포장재 설계
→ 파손과 오염에 강하고, 접이식 또는 내열 가능한 재질로 제작됨
→ 예: 접이식 플라스틱 박스, 발포EPP 용기, 세척 가능한 완충재 - 배송 시 전용 포장 사용
→ 온라인 쇼핑몰이나 입점 브랜드에서 이 포장에 상품을 담아 배송 - 소비자 사용 후 회수
→ 반품용 QR, 수거 요청 앱, 제휴 편의점 또는 택배사 수거
→ 일정 기간 내 미반납 시 보증금 일부 차감되기도 함 - 회수 후 세척·검수·재출고
→ 전문 물류센터에서 위생 세척 및 상태 검수 후 재사용
→ 일정 사용 횟수 후 폐기 및 자원화
대표적인 시스템 운영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 B2C 배송형 (소비자용)
예: 리클라, 에코패키지, HGU 리유저블 박스 → 소비자가 직접 받은 포장재를 반납하거나 회수 예약 - B2B 물류형 (기업 간 순환)
예: 마켓컬리 물류센터 간 다회용 박스 순환, 프레시지 식자재 물류 → 브랜드와 물류센터 간 포장재 순환 구조 구축, 소비자 미개입
순환 포장은 단순한 친환경 디자인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선 반납 인프라(편의점, 수거함 등), 세척 시설, 관리 전산망, 사용자 인센티브 구조가 모두 맞물려야 한다.
국내외 실제 사례로 본 제로웨이스트 물류의 진화
실제로 순환 포장 시스템은 글로벌 브랜드와 플랫폼, 그리고 도시 차원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기술적 구현보다 더 중요한 건 참여 구조 설계와 사용자 경험 설계다.
국내 사례
- 리클라 (Reclla)
→ 무인 반납함 + 전용 앱으로 회수 예약 가능
→ 스타벅스, 텐바이텐, 텀블벅 일부 배송에 시범 적용
→ 포장 재질: EPP 접이식 상자 + 다회용 완충재
→ 3회 이상 반복 사용 시 탄소 배출량이 종이박스 대비 40% 이상 감축 - 마켓컬리 x 에코패키지
→ 새벽배송 일부에 다회용 포장 시범 적용
→ 회수율 82% 기록, 2024년부터 수도권 확대 계획
→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반납 예약 가능, 일정 금액 포인트 환급 - 서울시 제로웨이스트 배송 시범사업
→ 영등포구, 마포구 중심으로 편의점 반납 시스템 운영
→ 자취생 밀집 지역 중심으로 ‘모듈형 반납소’ 설치
해외 사례
- Loop (테라사이클 운영, 미국·유럽)
→ 펩시, 네슬레, 킴벌리클락 등과 협력해 세제, 식료품 등 일상 제품을 순환 패키징으로 판매
→ 소비자가 사용 후 전용 박스에 넣어 회수 → 재사용
→ 사용 10회 이상 재활용률 90% 이상, 탄소배출량 50% 감축 - Reusable Takeaway Packaging (독일 베를린)
→ 카페, 음식점 배달 전용 다회용 도시락·음료컵 시스템
→ 2022년부터 5유로 보증금제 시행 → 회수율 95% 달성
→ 자취생·학생 밀집 지역에 QR 반납소 확대
이런 사례들은 순환 물류는 기술보다 의지와 구조 설계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회수 편의성과 보상 구조가 명확한 시스템일수록 사용자 참여율이 높았다. 자취생처럼 이동이 적고 생활 반경이 좁은 사용자일수록 이 시스템의 혜택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
자취생과 순환 물류 : 제로웨이스트 일상이 바뀌는 택배 이후의 풍경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결심한 자취생에게 택배는 실천의 벽이 되기도 한다. 필요한 건 온라인으로 사야 하고, 오프라인 리필숍이나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멀리 있어 어렵다. 결국 현실과 실천이 어긋나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그러나 순환 포장 시스템은 내가 뭔가를 포장하지 않아도, 이미 누군가가 구조를 설계한 상태에서 실천이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 내 회수함, 편의점 반납, 자동 회수 택배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자취생이 무언가를 덜 버리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더불어 순환 물류는 단순히 환경을 위한 구조가 아니라 브랜드의 재사용 전략, 사용자 보상 모델, 지역 순환경제와도 연결되는 새로운 유통의 질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마켓컬리에서 리유저블 박스를 쓰고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자취방 앞 택배 회수함에 리클라 상자를 넣고 쓰레기 없는 배송을 경험하거 도시락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 사용 매장 필터를 설정하는 것. 이 모든 것은 포장지 한 장 덜 쓰기보다 훨씬 더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실천이다. 그리고 자취생도 이 구조 안에서 환경에 기여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이 서서히 마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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