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시작된 나의 제로웨이스트 실천기
처음 자취방을 꾸밀 때만 해도 주방은 단지 밥만 해 먹는 공간이었다. 몇 개의 냄비와 일회용 수세미,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 값싼 스푼과 젓가락 몇 개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쓰레기통에 매일 같이 쌓이는 플라스틱 용기와 젖은 키친타월, 사용하고 버린 수세미를 보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을 시작으로, 나는 ‘제로웨이스트 주방’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든 걸 바꾸려고 한 건 아니다. 단지 내가 반복해서 쓰고 버리는 물건들을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바꾸는 건 어렵지 않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방이 훨씬 깔끔해지고, 물건을 오래 쓰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더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은 나처럼 자취방에서 혼자 살면서도 제로웨이스트를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겪은 시행착오와 정리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목적에서 썼다.
용기 하나 바꾸는 것으로 시작된 변화
제로웨이스트 주방을 시작하며 내가 가장 먼저 바꾼 건 플라스틱 용기였다. 원래는 반찬을 담거나 남은 음식을 보관할 때 흔하게 사용하는 뚜껑 달린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여러 개 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색이 변하거나 냄새가 배는 등 위생적인 문제도 생기고,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유리 밀폐용기와 스테인리스 보관 용기를 중심으로 바꿨다.
유리 용기는 전자레인지나 오븐에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실용적이고, 냄새가 배지 않으며 세척도 쉽다. 처음엔 조금 무겁고 깨질까 걱정했지만, 몇 달 사용해 보니 플라스틱보다 훨씬 더 오래 쓰고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특히 국물이나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담을 때 스테인리스 용기를 쓰면 세척도 간편하고, 냉장 보관도 깔끔하게 된다. 이렇게 용기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매번 버리던 일회용 랩, 알루미늄 호일, 플라스틱 포장재의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장 보러 갈 때도 변화를 줬다. 비닐 대신 천으로 된 메시백이나 주머니형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장 본 식재료를 비닐 없이 분류해서 넣는다. 예전엔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봉지를 수도 없이 집어 오곤 했지만, 지금은 마트 직원조차 ‘요즘은 이런 사람 많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긍정적이다. 용기와 장바구니를 바꾸는 단순한 선택 하나가 주방을 바꾸고, 생활 방식을 바꾸는 시작이 되었다.
자취 주방에서 꼭 필요한 식기류와 수세미 대체 팁
다음으로 바꾼 건 식기와 수세미였다. 자취 초기에 나는 1,000원짜리 플라스틱 접시와 나무젓가락, 일회용 숟가락, 중국집에서 받은 플라스틱 그릇을 반복해 사용하고 버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엔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이 불필요한 쓰레기라는 걸 체감하게 됐다.
식기는 유리 또는 자기 소재로 된 그릇 2~3개면 충분하다. 불필요하게 많은 식기를 사지 않고, 자주 쓰는 몇 개만 정리해 두면 설거지도 줄어들고 공간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특히 도자기 재질의 그릇은 열을 오래 유지하고 음식의 맛을 살려주며, 환경 측면으로도 오래 쓸 수 있어 좋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철제 다회용 제품으로 바꾸니 세척이 간편하고 내구성이 좋아서 별도로 구매하지 않아도 됐다.
수세미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에서 가장 많이 바뀐 도구 중 하나였다. 일반적인 수세미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져 세척 후 마모된 미세플라스틱이 하수구를 타고 흘러 들어간다. 이를 막기 위해 나는 천연 해초 수세미(루파), 대나무 수세미, 그리고 면 소재 행주형 수세미를 번갈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히려 잘 닦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기름기가 덜 묻고 물기도 잘 마르기 때문에 오래 쓰고 세척도 쉬운 장점이 있었다.
이런 수세미들은 자연 건조가 중요해서, 나는 설거지 후 반드시 수세미 받침대에 세워 말리는 루틴을 정해두었다. 물 빠짐이 잘되도록 구조를 바꾸고 나니 곰팡이나 악취 걱정도 줄어들었고, 1개로 2~3개월 이상 사용이 가능했다. 생활 속 아주 작은 도구부터 바꾸는 것만으로도 쓰레기를 줄이고, 위생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게 된 경험이었다.
정리된 주방, 제로웨이스트가 남긴 선물
제로웨이스트 주방을 실천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어떻게 쓰느냐’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오래 쓰고, 어떻게 잘 정리해서 쓰레기 없이 처리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게 되었다. 주방이 정돈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할 때 버리는 식재료도 줄었고, 냉장고 속 재료를 더 잘 활용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
내가 자취방 주방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물건을 줄이고,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는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주방에는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쌓이기 쉬운데,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면 청소도 쉬워지고 물건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도구나 식재료를 대할 때도 더 신중하게 되고, 소비 습관 자체가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내가 추천하고 싶은 팁은, 모든 걸 한꺼번에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수세미 하나, 내일은 용기 하나부터 바꿔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방향이고, 그 방향이 ‘덜 버리고 더 오래 쓰자’라면, 이미 제로웨이스트 주방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으니까.
제로웨이스트 주방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선택의 반복으로 완성된다. 자취방처럼 작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고, 그 실천 하나하나가 환경과 소비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꿔준다. 오늘 주방에서 무엇을 쓸지, 무엇을 버릴지를 결정할 때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 생각 하나가 조금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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