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가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한 순간
처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쓰레기를 줄이는 캠페인’ 정도로 생각했다. 그저 장바구니를 쓰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일회용품을 덜 쓰는 것만 실천하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어느 날, 주방에서 일주일 치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처음부터 내가 뭘 얼마나 먹는지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 질문은 제로웨이스트의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환경을 생각한 선택이 단순히 ‘어떻게 버릴까’를 넘어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로 이어졌고, 나는 그렇게 식습관을 바꾸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식탁 위에 올라가는 식재료, 그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 보관하는 루틴, 심지어 먹는 속도까지 달라졌다. 그 변화는 단순한 일회용품 절약을 넘어, 내 몸의 변화로까지 이어졌다.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음식과 나의 관계’를 바꾸는 과정이었다.
이전에는 먹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장을 보고, 배달앱을 열어 ‘편한 식사’를 찾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쓰레기를 의식하면서부터 식사라는 행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과하게 포장된 음식이나 가공식품을 집어 드는 일이 줄었고, 남은 음식을 재활용할 수 있을지 먼저 떠올리게 됐다. 그 결과, 내 식탁에는 자연스럽게 가벼운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음식이 늘었고, 조리 과정도 훨씬 단순해졌다. ‘더 빨리, 더 많이’ 먹는 식사 대신, ‘덜 버리고, 천천히 즐기는 식사’로 패턴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환경을 생각해서 시작한 선택이었지만, 가장 크게 바뀐 건 내 생활 태도였다. 제로웨이스트는 물건을 줄이는 실천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덜 소비하고 더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 첫 시작은 다름 아닌 매일 반복되는 식사에서부터 가능했다.
바뀐 장보기 습관이 만든 식사 패턴의 변화
식습관이 달라지려면, 결국 장보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걸 가장 먼저 실감했다. 이전에는 아무 계획 없이 대형마트에 들러 1+1 행사나 할인 상품을 중심으로 식재료를 골랐다. 편리하고 싸 보였지만, 냉장고 안에는 먹지 않고 썩어가는 채소와 사용하지 못한 반찬거리가 쌓였고, 그걸 버릴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무거워졌다. 포장지까지 합치면 매주 두 봉지 이상이 나왔고, 그 대부분은 내가 필요 이상으로 구매한 결과였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다짐한 이후, 나는 장보기 전 반드시 냉장고 안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어떤 재료가 남아 있는지, 유통기한이 얼마 남았는지 체크한 후, 그 재료들을 어떻게 조합해 식단을 구성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하고 나갔다. ‘사는 것’보다 ‘쓰고 남은 걸 먼저 해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포장이 많고 쓰레기를 유발하는 식재료는 가능한 한 피했고, 시장이나 동네 생협처럼 벌크 형태나 포장 없는 재료를 직접 담을 수 있는 곳에서 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장바구니와 메시백, 유리 용기를 챙기는 것도 루틴이 되었다. 이런 장보기 방식의 변화는 식사 패턴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즉석식품과 냉동식품 의존도가 낮아졌고, 자연스럽게 신선한 채소 위주 식단으로 전환됐다. 특히 구매할 때부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선택을 하다 보니, 적은 재료로도 식단을 짤 수 있는 효율적인 조리법을 고민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식사는 더 간단해지고, 먹는 양은 필요할 만큼만 조절되었으며, 조리시간과 설거지 시간 모두 줄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렇게 장보는 방식을 바꾸었을 뿐인데도 식단 자체가 건강하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포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과자, 음료, 가공육, 냉동식품 등 고칼로리 제품을 덜 사게 만든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밥을 먹고, 간단한 반찬을 곁들이지만, 그 과정에서 몸에 부담을 주는 선택을 덜 하게 되었고, 음식과 더욱 친해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다이어트를 위해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놀랍게도 먹는 양은 줄지 않았는데,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무의식적으로 먹던 간식과 불필요한 먹거리를 사지 않게되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가벼워지고, 속도 편해졌다. 한 가지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해보려는 습관도 생겼다. 브로콜리 하나로 샐러드, 볶음, 파스타 토핑을 구성하고 두부 한 모로 찌개, 부침, 덮밥에 응용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요리하게 되면 식재료를 신경 쓰고 천천히 먹게 되고, 포만감도 훨씬 빨리 온다. 게다가 과자나 음료처럼 플라스틱 포장이 많은 제품은 의식적으로 덜 사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군것질이 줄고, 물과 차를 더 자주 마시게 됐다. 내가 체중을 기록해보니, 3개월 동안 별다른 운동 없이도 4kg이 빠졌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식사 후 더부룩함이나 소화불량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체중 감량이 아니라, 소화와 순환이 원활한 식습관을 선물했다.
제로웨이스트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 습관들
사실 처음에는 ‘제로웨이스트’라는 말 자체가 무겁게 느껴졌다. 모든 걸 다 바꾸려면 지치기 쉽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원칙만 세웠다. “덜 버리기 위해, 더 잘 먹자.” 이 원칙을 기준으로 하루 한 끼만이라도 남기지 않기, 플라스틱 없이 장보기 한 번 해보기, 배달 대신 집밥 먹기 하루 늘리기 같은 아주 작고 부담 없는 실천부터 시작했다.
특히 효과적이었던 건, 자투리 재료로 ‘냉장고 비우는 날’을 정한 것이다. 금요일은 요리하지 않고 남은 식재료로 모든 끼니를 해결했다. 이날은 외식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며, 동시에 내가 이번 주에 무엇을 소비했는지 돌아보는 날이 되었다. 매주 한 번이라도 이렇게 시간을 쓰면 식습관이 정리되고, 요리 실력도 늘고, 환경까지 덜 해친다. 수치로 보면,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한 뒤 한 달 쓰레기량은 약 30% 이상 줄었고, 한 달 식비는 평균 5만 원 이상 절약됐으며, 체중은 3개월간 총 4kg이 감량됐다. 무리한 식단이나 운동 없이도 가능한 변화였다.
제로웨이스트는 나에게 ‘환경 보호’라는 거창한 실천이 아니라, 내 식습관을 돌아보게 해준 조용한 거울이었다. 덜 사는 것이 곧 덜 버리는 것이고, 덜 먹는 것이 곧 더 건강한 것이었다. 이 간단한 원리가 나의 장보기 습관, 조리 방식, 그리고 식사 태도까지 바꾸었다. 체중 변화는 부수적인 보상이었고, 진짜 선물은 ‘잘 먹고 잘사는 삶’에 가까워진 나 자신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한 끼만 ‘제로웨이스트 식사’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 한 끼가 당신의 식탁과 몸, 그리고 삶을 조금씩 바꿔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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