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편에서 독일,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 자취생의 제로웨이스트 생활 방식과 그 특징을 다뤘다. 이번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럽 자취생들의 실천 루틴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왜 유럽 자취생들의 제로웨이스트 루틴이 주목받을까?
유럽은 환경 정책이 비교적 일찍 정착된 지역으로, 플라스틱 규제나 재활용 시스템이 법과 생활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그 영향은 1인 가구의 삶 속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자취생들은 공간이 작고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관리하는 구조로 생활 루틴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유럽 자취생들의 제로웨이스트 루틴을 관찰하게 된 건 한국에서도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생활 습관과 구조적 팁을 찾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핀란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적게 소비하고 덜 버리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이 자료들을 수집하기 위해 나는 먼저 해외 커뮤니티와 대학 기숙사 포럼, 유럽 생활 브이로그, 환경 단체 리포트 등을 조사했다. 특히 Reddit의 ZeroWaste와 SimpleLiving, 프랑스의 Zéro Déchet 운동 관련 블로그, 핀란드 대학생들의 쉐어하우스 리뷰 영상, 그리고 EU 환경정책에 따른 도시별 생활지침 문서들을 참고했다. 또한 유튜브에서 "zero waste apartment Europe"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루틴 영상을 찾아 주방 구성, 욕실 제품, 빨래 방식, 수납 구조, 공동체 활용법까지 세부 사례를 정리했다.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 건, 유럽 자취생들은 ‘환경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다’기보다는 생활 그 자체가 제로웨이스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애초에 적게 살고 오래 쓰는 방식이 기본값인 삶의 형태였다. 그러한 유럽 자취생들의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루틴 5가지를 선별하여 소개한다.1인 가구로 사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팁이 담겨 있으니, 나만의 지속 가능한 루틴을 설계할 때 참고해보면 좋겠다.
실천법 1. 냉장고 대신 ‘주방 선반 중심 보관’으로 소비 조절하기
많은 유럽 자취생들이 '냉장고에 재료를 쌓아두지 않는다’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냉장고가 크지 않거나, 일부 저렴한 셰어하우스에는 공동 냉장고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선반 중심의 식재료 관리 방식을 채택한다. 프랑스 파리의 한 대학생은 작은 자취방 안 주방 선반 위에 통밀 파스타, 귀리, 병아리콩, 마른 허브, 견과류, 차 등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정리해두고, 냉장 식재료는 최소한만 갖춘다. 이 구조는 냉장고 속에서 재료를 잊고 버리는 일을 줄이고, 시각적으로 확인 가능한 선반 덕분에 재고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요리하게 만들어준다.
이 방식을 실천하려면 한국 자취생도
- 건조한 식재료 위주로 식단을 설계하고
- 내용물이 보이는 유리병 또는 밀폐용기를 선반에 진열해
- 냉장고보다 눈에 보이는 곳에 재료를 배치해보는 걸 추천한다.
음식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구조는 식재료 낭비를 줄이고 자연스럽게 소비 절제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루틴이다.
실천법 2. 샴푸와 세제도 ‘모듈화’하는 다목적 생활 방식
핀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의 자취생들은 욕실과 주방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최대한 적은 개수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쓰레기를 줄이고, 유통·포장 단계에서의 환경부담을 낮추는 실질적인 제로웨이스트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 헬싱키의 한 셰어하우스 거주자는 하나의 고체 비누를 샴푸, 바디워시, 핸드솝까지 세 가지 용도로 동시에 사용한다. 이 제품은 무향, 무색소, 자연 분해 성분으로 만든 멀티 비누이며, 작은 틴케이스에 넣어 사용 후 말리면 3개월 이상 사용 가능하다.또한 다목적 세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식기 세척, 바닥 청소, 세탁까지 가능한 자연유래 분말 세제를 하나만 비치해 공간 절약과 쓰레기 최소화를 동시에 달성한다.
한국 자취생에게 적용 가능한 팁은
- ‘다용도’ 제품 위주로 욕실·주방 구성하기
- 고체형 비누, 천연 세제에 익숙해지기
- 수납 공간을 줄이고 대신 재사용 가능한 케이스 쓰기
이러한 모듈형 사용 습관은 물건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는 3중 효과를 준다.
실천법 3. ‘빨래는 옥상에서, 건조기는 공용으로’ 공유 기반의 공간 활용
유럽의 자취 공간은 넓지 않지만, 대부분 공동체 기반의 공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건물 단위로 세탁실과 건조 공간을 공유하는 문화가 매우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헬싱키의 한 자취생은 빨래를 주 1회만 하고, 세탁기와 건조기는 건물 지하 공동 세탁실에서 이웃과 함께 사용한다. 빨래를 마친 뒤엔 대부분 옥상이나 발코니의 야외 건조대에 자연 건조를 한다. 이렇게 하면 건조기 사용을 줄이고 전력 소비를 낮추며, 건조기를 들이는 데 필요한 공간과 비용도 절감된다.
한국 자취생의 경우 건물 구조가 다를 수 있지만,
- 건조기 구매 대신 접이식 빨래 건조대 사용
- 여름철엔 햇빛 건조를 우선 활용하고
- 주 1회 빨래 루틴으로 에너지 소비 간소화
하는 방법으로 유럽식 세탁 구조를 부분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곧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한 축이라는 점을 유럽 자취생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천 중이다.
실천법 4. 쓰레기통은 작게, 수납은 들여다보이게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자취생들의 방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통점은 ‘작은 쓰레기통’과 ‘열린 수납구조’다. 그들은 일부러 큰 쓰레기통을 쓰지 않는다. 버릴 수 있는 양을 물리적으로 줄이면 처음부터 덜 버리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는 방마다 종량제 봉투 대신 5L 이하의 미니 통을 사용하며, 음식물 쓰레기는 공용 수거통에 모은다. 또한 옷장과 책장, 선반 등의 수납 공간은 대부분 뚜껑 없는 오픈형 구조로, 내가 가진 물건을 항상 눈에 보이게 배치한다. 이러한 구조는 중복 구매를 방지하고, 물건을 쌓아두지 않게 만들며, 무의식적인 소비 자체를 줄이게 한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만큼만 산다”는 태도가 자취 공간을 덜 복잡하게 만들고, 결국 쓰레기까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 자취생도 다음과 같이 실천할 수 있다:
- 큰 쓰레기통보다 소형 쓰레기통 하나만 두기
- 서랍 대신 투명 박스, 오픈형 수납장 활용하기
- 주 1회 수납 공간 비우기 루틴 만들기
물건이 보이면 소비는 줄고, 소비가 줄면 쓰레기도 줄어든다. 유럽 자취생들은 공간 구조 자체를 바꾸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었다.
적게 소유하고, 덜 버리는 삶에서 배우는 것
유럽 자취생들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거창하지 않다. 그들은 단순히 작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사는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까지 배려하게 된 것이다. 냉장고 대신 선반을, 일회용 대신 다목적 제품을, 혼자보단 함께 쓰는 구조를 선택함으로써 그들은 일상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었다. 오늘 다룬 실천법들을 정리하면 주방 식재료 구조 바꾸기, 욕실 제품 모듈화, 세탁과 건조의 에너지 줄이기, 공간 구조를 ‘보이게’ 정리하기, 큰 쓰레기통을 없애는 선택이라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한국의 자취생도 이 중 단 한 가지만이라도 실천해볼 수 있다. 작은 방 한 칸에서부터 시작된 선택이 결국은 지구와 연결된 책임감 있는 루틴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유럽 자취생들에게서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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