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실천에서 창업으로 이어지는 길
제로웨이스트는 오랫동안 의식 있는 소비자들의 생활 실천으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가치가 하나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인다는 개념이 단순히 윤리적 태도를 넘어 제품 구조, 유통 방식, 서비스 모델을 바꾸는 창업 아이디어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인 가구와 자취생 중심의 도시 소비 구조가 확대되면서 기존 산업이 놓치고 있던 작지만 실천 가능한 틈새 시장을 중심으로 제로웨이스트 기반 창업이 주목받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기존 창업 모델이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한 구조였다면 제로웨이스트 창업은 버릴 것이 적은 구조, 재사용 가능한 방식, 지역 자원과 순환 가능한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업의 방향성과 실행 방식 모두에서 다른 전략을 필요로 한다. 이 글에서는 자취생도 현실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국내외 제로웨이스트 기반 창업 사례들을 소개하며 그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짚어본다.
무포장 리필 매장: 작은 공간에서 실현하는 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창업의 대표적인 모델은 무포장 리필 매장이다. 이는 세제, 샴푸, 견과류, 곡류, 향신료, 차 등 다양한 품목을 기존 포장 없이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들고 와 소분해서 구입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만 사는 구조라 음식물 낭비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 마포구의 <더 피커>, 부산 수영구의 <리필리>, 제주도의 <제로마켓> 등 국내 무포장 매장들은 대부분 10~15평 규모의 소형 공간에서 출발해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된 소비자 기반을 만들어가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제품 판매 외에도 제로웨이스트 실천 클래스, 친환경 브랜드 팝업, 다회용기 공유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확장 활동을 병행하며 매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취생에게 무포장 매장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작은 창업으로 실천을 확산할 수 있는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 소규모 임대공간, 유통 파트너 확보, 지역 중심의 고객 관리가 가능하다면 초기 자본금 1,000만 원 이하로도 리필소 기반의 마이크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다만, 유통기한, 위생관리, 세척 구조 등 법적 규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수익성 유지에 핵심이다.
다회용기 세척·공유 서비스 :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창업
두 번째 유형은 무포장 매장과 더불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창업 모델이 바로다회용기 회수·세척·재공급 시스템기반의 서비스다.이 창업 유형은 개인 소비자보다는 카페, 음식점, 배달 브랜드, 지역 축제 주최 측 등 대량의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조직·사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다. 즉 다회용기를 도입하고 싶지만 세척이나 회수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기관이나 업체를 대상으로 세척 + 회수 + 재공급이라는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국내 대표 사례는 서울 성동구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다. 이 기업은 2019년부터 다회용기를 축제, 박람회, 야외 행사 등에 대여하고 행사 종료 후 회수 및 고온 세척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3년 기준 누적 이용 건수는 15만 건 이상이며 서울시, 환경부, 여러 대기업과 협업하며 공공-민간 연계 다회용기 모델의 선도 사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음식 페스티벌, 플리마켓, 마라톤 대회 등 현장성 강한 이벤트에서 일회용기 사용을 대체하며 현장 중심 제로웨이스트 실천 인프라를 사업화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 사례는 제주 지역 기반의 <잇수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내 배달 음식점과 협력하여 음식 배달 시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수거·세척 후 다시 공급하는 순환 배달 시스템을 운영한다. 소비자는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 선택 옵션을 클릭하면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겨 배달되며 이후 수거팀이 방문해 해당 용기를 회수한다. 이 시스템은 초기에는 5개 음식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30개 이상 업체로 확대되었으며 제주도청의 지역 자원순환 모델 실험 사업으로 채택되어 행정적 지원도 받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상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는 여름 시즌에 매우 효과적인 감축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다회용기 세척·회수 서비스는 매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도 가능하며 물류·위생·회수 프로세스 설계에 대한 감각만 있다면 자취생도 초기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 예를 들어 자취생이 거주하는 지역의 공유주방이나 카페와 협력해 주말 마켓용 다회용기 대여 및 수거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볼 수 있다. 또는 대학 축제, 동아리 행사 등에서 한시적으로 일회용기 없는 행사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해보는 것도 현장 운영 역량을 기르고 고객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는 좋은 실험이 될 수 있다. 이 창업 모델은 수익화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환경부나 지자체의 제로웨이스트 지원사업, 환경창업 육성 프로그램, 지역 커뮤니티 연계 플랫폼 등 공공 협업 기회가 많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창업을 시작하기보다는 사회적 실험으로 출발해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업사이클링·환경 콘텐츠 창업: 자원 순환을 이야기로 전환하는 방식
또 하나 주목할 창업 유형은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과 환경 콘텐츠 기반 창작 활동을 중심으로 한 1인 또는 소규모 창업이다. 이 모델은 쓰레기를 줄이기보다는 버려질 자원을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공예, 디자인, 영상, 글쓰기, 출판 등 다양한 창작 활동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예술·디자인·커뮤니케이션 계열 자취생들에게 현실적인 접근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는 버려진 소방호스를 가방으로 제작하는 <119REO>, 헌 옷을 조각내어 패치워크 제품을 만드는 <플라스틱프리패브릭>, 폐신문지로 엽서와 연필을 만드는 소셜벤처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환경 교육 워크숍, 체험 클래스, 브랜드 협업 콘텐츠 제작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자취생이 이 모델을 시도해보려면 생활 속에서 수집한 폐자원으로 간단한 소품을 만들어보고 이를 SNS에 공유하거나 소규모 마켓에서 판매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직접 상품을 만들지 않더라도 제로웨이스트 관련 정보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기획·발행하는 1인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광고, 협업, 강의, 출판 등의 수익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창업 모델은 사업보다는 가치 기반 실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신이 왜 이걸 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를 꾸준히 콘텐츠화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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